이정란 | 지젤박


A parallel screen


2022. 10. 5 (wed) ~ 10. 22 (sat)  

이정란_가보지 못한 와디럼, mixed media on PVC board, 120 x 120 cm, 2022
이정란_가보지 못한 와디럼, mixed media on PVC board, 120 x 120 cm, 2022
이정란_초저녁의 안나푸르나, mixed media on acrylic board, 60 x 120 cm, 2022
이정란_초저녁의 안나푸르나, mixed media on acrylic board, 60 x 120 cm, 2022
이정란_타우랑가의 겨울, mixed media on acrylic board, 80 x 80 cm, 2022
이정란_타우랑가의 겨울, mixed media on acrylic board, 80 x 80 cm, 2022
지젤박_From a Distance 22-32, acrylic on canvas, 80.3 x 80.3 cm, 2022
지젤박_From a Distance 22-32, acrylic on canvas, 80.3 x 80.3 cm, 2022
지젤박_From a Distance 22-15, acrylic on canvas, 50 x 50 cm, 2022
지젤박_From a Distance 22-15, acrylic on canvas, 50 x 50 cm, 2022
지젤박_Symphony 22-55, acrylic on canvas and wooden frame, 32.5 x 41.7 cm, 2022
지젤박_Symphony 22-55, acrylic on canvas and wooden frame, 32.5 x 41.7 cm, 2022

전시서문



제목 'A parallel screen' 은 두 작가의 공통된 특징인 수평적 (평행적)인 화면을 뜻한다. 이정란과 지젤박은 모두 각자의 지향점을 통해 수평적이며 추상적 이미지를 창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각에서 수평적이라는 것은 공통적으로 평온하며 안정적이고 사색적인 느낌을 준다.

두 작가 모두 동일한 이미지를 취하고 있지만 이정란 작가는 선을 긋는 명상적이고 반복적인 움직임을 통해 감정의 파도를 다스려 안정과 고요에 닿으려는 깊은 명상적 태도를 엿볼 수 있으며, 지젤박 작가는 반복적으로 쌓고 닦아내 완성한 '결'과 '겹'의 색면 이미지로 추상적 자연 이미지를 만든다.

이정란은 맞닿지 않으나 공명하는 선을 통해, 지젤박은 병치된 색면들과 그 경계에서 생기는 선을 통해 서로 만나지 않고 나란히 가는 것, 그러나 그 안에서 모든 요소들이 다시 만나고 결국 조화를 이루는 다르지만 같은 '평행적'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다.   


갤러리가비


작가노트 | Artist statement


 이정란 | LEE Jung ran 


깊은 심심함

‘자' 없이 색연필 같은 평범하고 힘없어 보이는 재료들로 덧없어 보이는 줄긋기 작업을 반복적으로 실행, 시간 낭비, 실행에 따른 몰입을 즐기는 태도가 있다.
선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그어진 선과 다음에 그어질 선들을 염두에 두고 배려하며 살피며 그어지게 된다. 선들은 공명(resonance)을 통하여 영향을 주고받는다.

삶이 단순하고 규칙적이면 뇌가 쓸데없는 선택에 에너지를 안 써서 뇌가 비슷한 것들 속에서 놀랄 만큼 색다른 '다른 것'을 찾아낸다 한다. 비가 종일 오는 날, 나는 반복되는 빗방울 소리에서 아래아래 층 노부부가 열심히 가꾼 정원의 데크 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과 초록 초록하게 돋아난 잔디에 스미는 그것을 구별할 수 있다.

작업에서도 반복은 깊은 심심함과 리듬을 주며, 아무 생각 없는 몰입, 평안함, 균형잡힌 정서를 준다. 손끝에 주의를 집중하는 몰입, 영혼의 속도가 일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그리고 예민하게 반응하면 새롭게 열리는 그 무엇도 있을 것이다.

2015년에 발표한 아크릴과 뾰족한 색연필로 제작된 <깊은 심심함> 작업들은 지금까지 재료를 바꿔 캔버스에 줄긋기로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가로움이나 머무름 같은 사색의 기분이 더욱 깊고 선명해진다.

학력 | 경원대학교 (현 가천대학교) 서양화 석사 졸업  






 지젤박 | Gisele PARK  


Utopian Harmony

자연은 인간에게 다양한 미적 체험의 기회를 주고, 인간은 그런 자연을 바라보며 감성과 상상력을 통한 정신적인 향유를 한다. 본인의 자연은 감수성으로 추상화 된 자연이다. 가만히 자연을 응시하고 있으면, 그 구체적인 형상은 점차 풀어지고 색과 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얼룩이 되고 정지된 화면처럼 다가온다. 경계는 없어지고 자연이 뿜어내는 빛, 색의 아름다운 조화만이 그려져 추상적인 형상을 띠게 된다.

자연의 형상은 점차 그 경계가 모호해지며 변형되고 단순화된 형태들로 공간 속에서 반복되고 이상적인 색의 조화를 통해 유토피안 마인드 스케이프를 만든다. 강렬한 색채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초월적 세계로 가는 매개 역할을 한다. 그것은 설렘이나 환희, 슬픔이나 그리움, 고독과 소외 같은 내적 세계의 표현이기도 하다.

화면에서 보이는 비정형의 요철은 서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상호작용을 통해 ‘결’을 만든다. 그리고 ‘결’위에 아크릴 물감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지우고, 닦아내는 과정을 통해 ‘겹’이 만들어진다. ‘겹’과 ‘결’은 조형적인 유토피안 하모니를 이루는 핵심이다.

유토피안 하모니란 여러 차례 쌓여진 색(겹)의 조화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 낸 마띠에르(결)의 조화를 의미한다. 밑에서부터 비춰지고 우러나오는 다양한 색과 병치된 색면이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마띠에르로 더해진 깊이와 질감이 조형적인 유토피안 하모니를 구축한다. 각각의 색에서 나오는 에너지들이 다른 색채들과의 관계 속에서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유토피아를 만날 수 있다.

학력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