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원 | 이진아


갤러리가비 공모전 선정작가전

collected everyday


2022. 11. 22 (tue)  ~ 12. 9 (fri) 

정서원_완벽한 거짓을 재구성하는 방법, 장지에 채색, 130 x 130 cm, 2022
정서원_완벽한 거짓을 재구성하는 방법, 장지에 채색, 130 x 130 cm, 2022
정서원_Fragments, 장지에 채색, 나무판넬, 90.9 x 72.7 cm, 2022
정서원_Fragments, 장지에 채색, 나무판넬, 90.9 x 72.7 cm, 2022
정서원_day series, 장지에 채색, 각 16 x 8 cm, 2021-2022
정서원_day series, 장지에 채색, 각 16 x 8 cm, 2021-2022
이진아_단풍숲, 장지에 채색 호분, 60 x 60 cm, 2022
이진아_단풍숲, 장지에 채색 호분, 60 x 60 cm, 2022
이진아_구름빛, 장지에 채색 호분, 72 x 60 cm, 2022
이진아_구름빛, 장지에 채색 호분, 72 x 60 cm, 2022
이진아_별빛, 장지에 채색 호분, 74 x 74 cm, 2020
이진아_별빛, 장지에 채색 호분, 74 x 74 cm, 2020

전시서문


 갤러리가비는 2022년 하반기 공모전 선장작가인 이진아, 정서원 작가의 2인전을 선보인다. 전시명 《collected everyday》는 '매일 수집되는' 이라는 뜻으로 두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 평범한 일상을 대하고, 작품으로 채집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두 작가는 모두 동양화의 채색기법을 사용해 포근한 느낌을 살린 화면을 선보인다.

 이진아 작가는 풀숲, 하늘, 구름, 안개와 같은 모두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자연풍경을 자신만의 색색의 부드러운 조각들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모자이크를 떠올리게도, 자연에 풍화되어 부드러워진 유리조각들을 떠올리게도 한다. 우리는 누구든지 이러한 자연의 포근함과 반짝임에 공감할 수 있다. 강렬하게도 은은하게도 재현되는 작가만의 독특한 시선을 엿보며 평온해질 마음을 기대한다.

 정서원 작가는 가변적이며 찰나에 지나쳐버리는 일상에서 연약함을 느낄 때, 환기의 대상으로서 주변 환경들을 경험한 후 이렇게 수집한 이미지들을 화면으로 채집해 재구성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수집행위에 어린 시절 누구나 쉽게 접했던 '스티커'라는 흥미로운 표현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얇고, 연약해 보이는 스티커라는 소재와 물감이 겹겹이 쌓여가는 진채라는 방식을 통해 채집된 일상을 화면에 눌러 담는다. 화면에 자유롭게 늘어서 있는 이미지들은 어린 아이들이 곳곳에 스티커를 붙이고 모으는 듯한 천진난만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옅은 파스텔톤을 사용해 모호한 허구적 이미지가 더욱 잘 드러나도록 한다. 이처럼 작가가 골라낸 다양한 일상의 장면들이 재탄생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오래도록 흔적이 남곤 하는 스티커처럼 평범하고 작은 일상들을 소중히 여기고, 오래도록 남아있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 공감할 수 있다. 


갤러리가비


작가노트 | Artist statement


 정서원 | JUNG Seo won 


 염리동에서 혼자 살기 시작하며, 나는 주거지의 물리적 불안정함 속에서 일전에 느껴보지 못한 불안함을 경험하게 되었다. 불안정한 일상의 연약함을 경험할 때, 나는 기분을 환기하고자 공간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중에서도 버티고 있는 풀과 나무들을 관찰하는 산책을 지속했다. 이는 관심을 돌리기 위한 유년기 놀이의 연장선이었다. 할머니가 나를 키워주시던 어릴 적, 내가 부모님을 찾으면 할머니께서 집 앞 텃밭에 꾸려진 나무나 풀들의 이름 맞추기 놀이를 하셨는데, 나의 주의를 돌리곤 하셨던 게 효과적이었다. 풀과 나무가 포함된 풍경은 어릴 적부터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게 해주는 일종의 모니터 방향 키와 같았다. 그러한 영역이 아무리 작을지라도 일상에서 마주칠 때마다 나는 현실에서 벗어난 다른 상황들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작업은 아무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일기를 쓰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모든 사람들에겐 보여줄 수 없는 나의 기분과 마음, 표정, 비밀, 부끄러운 낙서 등을 맘껏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기는 온전한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롭고 비밀스러운 다락방이다. 내가 그리는 풍경은 현실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나 시선을 돌리는 공간들이며, 현실과 동떨어진 어떤 곳에 서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기분이 느껴질 때, 나는 일기를 쓰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한다. 그렇게 잠시나마 일기장이 되어 주는 순간들을 골라낸다. 현재로부터 나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리는 것들을 모아서, 일기장을 꾸밀 때 사용하는 스티커처럼 현실의 공간에서 내가 원하는 일부만을 떼어낸다. 장식적인 스티커들을 내 마음대로 붙였다 떼며, 화면을 만들어내는 것은 나에겐 부드럽고 만만한 놀이와 같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놀이를 통해 안정감과 아늑함을 느낀다.

 풍경에서 떼어낸 일부를 오려 붙이듯, 화면으로 옮기는 시도로 이어진다. 마주하는 공간과 대상을 그 순간의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 나의 시각으로 필터링하는데, 아득한 공간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모든 색에 흰색을 섞는다. 생략된 부분과 이질적인 색감으로 하여금 실재하지 않는 허구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뒤, 마음 가는 대로 오려 붙여 공간을 구성한다. 불필요한 공간을 지워내면서 의도적인 여백을 만들거나 혹은 화면의 배경을 모두 지우고, 대상들을 나열한다. 어릴 적 내 신체 일부에 붙였던 판박이에 시선이 쏠렸던 것처럼, 시각적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공간을 지워내는 것이다.

 만연한 기준에 대한 반발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재활용해 어딘가 익숙한듯하지만 낯선 이미지들로 채워진 스티커북을 만든다. 내가 만들어낸 공간 안에서 언짢은 불편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숨겨진 의미를 가진 대상들이 의도적으로 놓여있는 듯한 화보처럼 장식과 과장만을 더한다. 타인이 해석하기 어렵도록 뒤집힌 일기를 쓰는 것처럼 말이다. 쉽게 무너질 수도 있는 가변적 일상의 연약함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을 붙잡으려는 의지를 유발했다. 일상적 소재를 통해 이상과 일상 사이 어딘가를 헤매이는 이들에게 현실과의 완전한 단절이 아닌, 현실을 통한 그 너머를 그려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들려주고 싶었다. 이것은 때때로 현실과 이상의 가림막을 지워내려는 행위로 번진다. 오래된 스티커는 찢어졌음에도 남아있는 접착력으로 꿋꿋이 붙어있는다. 찢어진 조각의 의지는 나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한다. 붙였다, 떼었다 하는 동작이 반복되며 스티커의 접착제가 닳고, 군데군데 찢기기도 하지만 끈끈하게 붙어있는 조각처럼 계속해서 곁에 남아있어주기를 바란다.

학력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동양화과 재학
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 






 이진아 | LEE Jin a 


 반복되는 일상 속에 지루함을 느끼며 나는 자꾸 무언가를 찾으려 하고 그 무언가를 찾아서 나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만들려 한다.

 땅속을 빙빙 도는 지하철은 어둡고 긴 터널 속을 달릴 때마다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 안에서도 환한 빛은 늘 비추어지고 그 빛을 따라 지하철은 항상 달린다. 나는 어두운 통로를 지나는 순간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꿈틀거리며 올라오는 미세한 먼지에 한눈이 팔리기도 하고 창밖에 비치는 깜깜한 풍경을 보면서 눈의 초점을 흐리며 물속에 잠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가끔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먼 곳의 밖을 보며 내 마음대로 그 이상을 그려나가기도 하고 빨갛게 물든 하늘을 보며 겹겹이 겹쳐있는 구름의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기며 그 움직임을 따라가기도 한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보며 날선 차가운 기운과 창문에 맺힌 빗물을 통해 겹쳐 보이는 여러 빛깔의 색을 보며 따스함을 느끼기도 한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의 시원함과 따스함을 느끼며 피부에 닿을 때의 촉감을 나는 기억하고 싶다. 순간순간 느끼는 것들의 감정이나 어떠한 사물에서 보이는 나만의 형태와 색을 이용해 정해진 것이 아닌 다른 이야기로 풀어 놓고 싶다.

 자연을 바라보면서 나는 무한한 색과 다양한 형상,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가지게 되고 소소한 풍경들, 하늘과 바람, 비와 같은 자연적인 현상과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기억해내려 한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광활하게 펼쳐진 세상은 나와 또 다른 세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을 준다. 빼곡히 짜여 진 넓은 숲과 다양한 나무들, 이름 모를 꽃은 나에게 풍요로운 색감과 벅찬 기운을 안겨준다. 자연이나 도시 풍경을 바라보며 느낀 순간의 감정과 기억들을 연결시킨 작업들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자연의 움직임, 소리, 빛, 색을 통해 단순히 재현되어진 풍경, 형상이 아닌 그 순간에 바라보는 나의 마음상태를 더하여 추상적인 방법으로 심상의 풍경을 나타내려한다.

 평온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 듯 바라보는 수많은 풍경들은 강렬하지만 잔잔한 이미지로 기억 속에 머물게 된다. 나의 그림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지친 일상 속에 휴식의 시간이 되길 바라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랄 뿐이다.

학력 |
성신여자대학교 미술학 박사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졸업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