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Piled up
모아서 쌓아서
2017. 2. 8 [WED] - 2. 17 [FRI]

김다겸/ 포옹/ 오아이스, 체중계/ 148x23x24cm/ 2017 박종덕/ 나란 신/ 나무, 시멘트/  85.5x160x9cm/ 2017 이동근/ 안전한 상아 Safe ivory/ Mixed media/ 10x15x60cm/ 2016 장영주/ five roses/ Mixed media on aluminum/ 20x15cm/ 2017 조미나/ Untitled/ Oil on paper/ 38x46cm/ 2016
김다겸/ 포옹/ 오아이스, 체중계/ 148x23x24cm/ 2017
김다겸
포옹
오아이스, 체중계
148x23x24cm
2017
전시 글

원근법을 적용한 회화가 르네상스의 특징인 것처럼 디지털 메커니즘은 현대미술의 특징이며, 예술은 이런 "새로운 비전"에 따라 다시 사유 되어야 한다.
근본적 형식 실험의 태도로서 다음의 "시각적 비전의 다섯 가지 변형"을 열거하며 새 시각장에 대한 이상적인 작업 방법을 연구한다.
1) 표준적 비전: 단단한 바탕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다.
2) 포괄적 비전: 미디엄을 다루는 과정을 통해 예술의 판형을 창조한다.
3) 동시적 비전: 형태의 왜곡이 있어 보이게 만드는 필터를 적용한다.
4) 참조적 비전: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기본 요소가 된다.
5) 침투적 비전: 물체의 움직임을 알 수 있는 자취를 구한다.

1) 표준적 비전: 장영주의 작업에서, 페인팅을 한다는 것은 정원을 가꾸는 과정과 비슷하며, 바닥을 선택하고 지지대를 만들어 쓰임에 따라 구획하고 적당한 흙을 채워 씨앗, 구근, 묘목 등을 심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회화를 받치는 ‘지지대’가 어떻게 쌓아올려지는지 탐구한다. 토양 단면이 암반층-모재층-집적층-용탈층-유기물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모든 레이어가 안정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정원 가꾸기는 거의 다 된 셈이다. 마치 요리에서 필요한 모든 것들을 본격적으로 요리하기 전에 가장 쓰기 편한 상태로 준비해 위치시키는 ‘Mise en place’가 된 것처럼.
2) 포괄적 비전: 박종덕의 작업에서, 어느 날 우연히 보았던 과학 다큐멘터리에서 세상의 이치를 종교를 통해 알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을 보고 감탄했다. 이를 렌더링 이미지(rendering image)로 객체화 시켜본다. 이 시대가 가지고 있는 지역적, 사회적 특징들이 신격화되거나 우상화되는 것을 간단히 3D 툴로 조각해 본 다음 출력하여 석판 부조 형식으로 캐스팅한다. 신에 대한 기원은 각각의 신화나 성서에 의해 전파되거나 또는 구전으로 전해진다. 그것의 진위 여부를 논하는 것 또한 여러 이슈나 학문적 토론거리이기도 하지만 그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작업을 이러한 첨예한 종교와 과학(그리고 철학)의 대립 속에 쌓아 올려본 뒤 작업이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3) 유동적 비전: 조미나의 작업에서, 해가 뜨고 달이 지는 일상적 자연 현상은 늘 일어나는 일이고 사막이나 폭포 같은 자연이 만들어낸 경이로운 풍경 또한 익숙하다. 뉴스로 접하는 추락, 폭발 등의 사건 사고들이 만연하고 이 또한 익숙해져 버렸다. 그는 무감각해지고 무덤덤하게 스쳐 지나가는 이러한 현상을 포착해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며 원래 있었던 현상의 본연을 다르게 해석하고자 한다.
4) 참조적 비전: 이동근의 작업에서, ‘상아(ivory)’는 그가 조사한 ‘코트디부아르(Côte d'Ivoire)’라는 프랑스 식민지의 항구도시가 서유럽으로 내보낸 주요 반출품이다. 이러한 정보들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해라는 수요를 따라 흐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몰이해의 순간 또한 동반된다고 말한다. 몰지각한 정보 더미 속에서 불완전한 이해의 틈을 발견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유희와 상상을 다시 지각없는 부표로 만들어낸다.
5) 침투적 비전: 김다겸의 작업에서, 안아주고 싶은 이의 무게에 맞춰 적신 오아시스를 체중계 위에 올려놓고 힘껏 껴안는다. 사각형의 오아시스(플로랄 폼)는 이미지의 기본 화소 단위가 된다. 전산학에서 레스터 이미지(raster image)는 다양한 포맷의 그림 파일로(jpg, gif, png 등) 저장할 수 있는데 이 이미지의 크기를 광학 편집 도구로 확대 축소시키면 이미지의 불완전함이 보인다. 이때에 선형 작업인 벡터(vector) 그래픽스를 이용하면 사각 픽셀로 드러나는 이미지의 깨짐이 사라지게 된다. 작가는 물에 적셔 쌓아놓은 플로랄 폼을 껴안아 일부러 왜곡을 만들어 내어 위로인데 위로가 안되는 행위를 새겨 넣는다.

다섯 가지의 "새로운 비전" 탐구 조사 방법을 이용한 최종 결과물인 작업들이 제 작품의 콘셉트대로 시각화에 성공하였을까? 작업 방법론에 있어서 그저 반복된 실험으로 보일 수도 있으며 작업체계의 견고함 없이 그 태도만이 떨어져 나와 부유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작업이 조형을 이루어 갈 때 ‘쌓아가는’ 속성이 깊게 위치해 있음을 느꼈고 이는 계속 작업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시간을 쌓는 의미에서 혹은 관계를 맺어가기에 신뢰를 쌓아가는 것, 또는 물성 그 자체로서 그 작업이 추구하는 조형을 위해 쌓아가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새 시각장에 대한 연구와 모색을 탐하는 것은 다음 작업에서 한층 진일보한 작업세계를 갖게 되기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다음 작업 또한 기대한다.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