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省察之木 두 번째 개인전
Kim Min Ho 2nd solo exhibition
김민호 개인전
2012. 10. 17(수) - 2012. 11.4(일)

작가노트

- 둥근마음 나무

가구를 만들고 싶어 캐나다로 목공과 디자인을 배우러 간 친구와 진하게 술을 한잔 하던 때였다. 내가 그 동안 해오던 에칭 작업이 친구의 작업과 같이 섞이게 되면 어떨까 하며 떠들다가 구상 하게 된 작업이 원목에 동판화를 접목 시키는 것이었다. 이번 작업은 그 때부터 시작 되었다.
그간 종이에 판화를 찍어 마무리 했던 작업과는 달리, 진짜 나무에 나무형상을 옮기는 작업은 내게 새로운 흥미로 다가왔다.

나무는 겉으로 보기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공기 중으로 뻗어가며 커가고, 속으로는 나이테가 형성된다. 나이테 한 줄은 나무의 한 살을 의미하며, 쌓이고 쌓여 나무의 둘레가 된다. 세월이 흘러 나무의 형상을 이루어 가게 하는 근원인 셈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보다 나무가 존재하는 근원적 모습에 접근하고자 나무의 나이테가 쌓여가는 것과 같은 방향의 선이 쌓여 나무를 이루게 하였다.
그리고 나무를 가로로 자른 단면에 다른 나무의 겉모습을 병치시켰다. 그래서 나무의 단면과 겉모습은 서로 다른 종류이지만 결국 같은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경계가 허물어진 겉모습의 나무는 나무의 단면과 함께 유연하게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표현하려 했다.

나이테 방향으로 선을 쌓다 보니, 기존의 작업에서 선과 선 사이가 떨어져 나타나는 빈 공간이 현재 작업에서도 동일하게 존재한다. 그래서 그 공간 때문에 나무라는 존재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결국 경계라는 것이 실제 자연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가 의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자연에 없는 경계라는 것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갈라놓게 되었는지 생각해본다. '둥근 마음의 나무' 시리즈 작업은 경계라는 것이 자연의 하나인 인간에게도 허물어진다면 서로 평등하게 되고 보다 조화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담았다. 이 바람은 앞으로의 작업 활동에 있어서 나 자신에게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식물을 보듬은 마음

작업실이 있는 동네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문득 한집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 벽돌로 된 조그마한 다세대주택에는 도저히 화분을 놓기 힘든 곳까지도 빼곡하게 화분이 차있는 모습이었다. 그 일상의 풍경은 내게 특별함으로 다가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거리의 가로수가 간판을 가린다 하여 무참히 가지를 제거 당하고, 노는 땅은 자본을 창출시키지 못 한다하여 건물을 올리기가 다반사인 도시에서 자연이란 천대받는 대상이 된지 오래.
이러한 회색 도시에서도 자연과 함께하며 여유를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은 없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고, 결국 그것은 더불어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집 주변에 식물을 가꾸는 풍경이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찾아보면 집 주위에 나무도 간간히 있고 화초나 작은 채소류 등을 기르는 집들을 간간히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집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식물을 늘어놓은 것을 보니 비로소 이런 모습이 내가 찾던 삶의 모습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을 키우며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 당장에 돈을 버는 일도 아닐 터.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겠지만 주변도 챙기고 가꾸는 것은 삶에서 작은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실천한다는 점. 결국은 그런 것들이 삶을 점점 변화시켜가는 움직임이라 느껴졌다.

그렇게 한동안 동네를 거닐며 식물과 함께 사는 집들을 찾아 다녔다. 기억에 남는 집은 처음 여기까지 오게 한 집이다. 집과 집 사이에 여백이 없는 좁은 산동네지만 구석구석 화분을 놓고 정성스럽게 가꾸는 아기자기한 풍경은 식물을 사랑하고 함께하려는 마음 그 자체였다.

집의 모습 자체는 결국 주인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식물과 함께 살고자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사람들의 마음.
'식물을 보듬는 마음'이라 이름 지은 작업 시리즈는 그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정성스럽게 표현하며 드러내는 나만의 실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