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t

돌아가는 길
Min Junki solo exhibition
민준기 개인전
2013. 3. 29 (금) - 2013. 4. 21 (일)

작가노트

나는 사진을 통해 과거의 순간, 기억들을 담아 추억한다. 과거의 경험, 그것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아련함, 그리고 현재의 나 자신이 내 작업의 주된 주제이다.
사진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많은 매체 중 소중했던 순간을 남기기에 가장 좋은 매체임과 동시에 가장 사실적이고 생생한 기억이다. 사진이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진에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 '기억의 재현'이라는 의미에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장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에는 촬영을 하는 나의 감정이 담기고 그것에 담긴 감정은 인화지를 통해 선택적으로 재현된다. 사진을 선택하고 화면에 펼침으로써 사진 속 풍경은 완전하게 나의 주관적 산물로 완성된다.

나의 작업은 지나간 것들의 기억을 재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나에 의해 여과되고 선택되어진 기억들을 찾는 것이다. 사진을 촬영했던 당시와는 다른, 현재의 나의 기억에 담겨있는 것. 즉, 다시 돌아가고픈 과거나 혹은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의 사진 속 모습들 중에서 현재의 내가 기억하고, 추억하고자 하는 것을 선택한다.
선택된 사진이 인쇄되는 화면은 캔버스 위에 여러 겹의 한지를 붙이는 과정을 통해 구성된다. 그것은 나의 지나가버린 순간의 희미한 잔상과 기억들의 편린을 재생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HD급 디지털로 보급화 된, 사진의 칼날같이 날카로운 사실적 이미지를 한지 위에 프린트함으로써 부드럽게 완화되어 수채화같은 느낌을 준다. 대량생산적인 디지털을 아날로그적 수공예품으로 다시 창출해낸다고 해야 할까. 사진의 지나치게 생생한 화면적 단점을 보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무한한 디지털 재료의 조각을 끌어와 유한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캔버스 위의 한지 하나하나의 조각들은 과거 기억의 조각들과 같다. 오랜 시간을 들여 켜켜이 발려진 조각조각의 한지들은 마치 그 동안 쌓인 나의 기억들처럼 두텁고 단단하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현재의 내 기억에 의한 찰나가 덧입혀짐으로써 비로소 작업이 완성된다.
한 장도 같은 무늬가 없는 한지들은 또다시 하나밖에 없는 작업이 되고 겹겹이 쌓여갈수록 시간은 깊어진다.

나의 작업은 사진이다. 하지만 캔버스 위에 한지를 겹겹이 중첩시키는 작업을 통해 회화의 영역과도 연결 지을 수 있겠다. 회화와 사진을 넘나드는 무경계의 작업. 그것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어 오늘과 어제의 경계를 사라지게 하고자 하는 나의 바람이다.